어제 남편과 함께 파리 20구에 위치한 페르 라셰즈 묘지(Cimetière du Père-Lachaise)를 다녀왔습니다. 5월 8일이 프랑스 휴무여서 저희 부부는 5월 9일까지 휴가를 냈습니다. 전날 갑자기 "내일 날씨 좋다는데 어디 산책 갈까?" 하던 대화 끝에 떠오른 곳이 바로 이곳. 따뜻한 봄 햇살과 선선한 바람 속에서, 생각보다 훨씬 인상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페르 라셰즈: 파리 속 고요한 예술의 정원 묘지


1804년에 개장한 이 묘지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공동묘지 중 하나로, 수많은 예술가, 작가, 음악가, 정치인들이 영면한 장소입니다. 총면적 약 44헥타르, 70,000개 이상의 묘지와 거대한 수목이 어우러진 모습은 단순한 묘지가 아닌 하나의 역사적 예술 공원 같은 느낌을 주더라고요. 마치 조용한 고성 마을 골목을 걷는 듯한 묘한 감동도 있었습니다.
날씨 좋은 날, 산책 코스로도 추천!


날씨가 정말 좋았습니다. 파란 하늘 아래 부드러운 햇살이 내리쬐고, 새소리와 함께 걷기 딱 좋은 기온이었습니다.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덕분에 걷는 내내 기분이 참 편안했었습니다. 관광객도 있었지만 대부분 조용히 둘러보는 분위기라, 복잡하거나 번잡하지도 않았습니다.
우리가 만난 유명인들의 묘소
이번 방문의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저희가 실제로 알고 있던 인물들의 묘소를 직접 볼 수 있었다는 점이에요. 지도 따라 걷다가 꽤 유명한 인물들의 묘를 우연히 마주치곤 했습니다.


- 이브 몽땅(Yves Montand) & 시몬 시뇨레(Simone Signoret) – 프랑스의 대표적인 배우 부부. 묘비에 둘의 이름이 나란히 새겨져 있어 너무 인상 깊었습니다.
- 조르주 에네스쿠(Georges Enesco) – 루마니아의 천재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 클래식을 좋아하는 남편은 이 묘소 앞에서 한참이나 감상했답니다.


- 가스파르 울리엘(Gaspard Ulliel) – 스키타다 떨어져서 너무 젊은 나이에 떠난 배우. 비교적 최근에 조성된 묘지라 더욱 먹먹한 감정을 주었습니다.
- 미셸 르그랑(Michel Legrand) & 미샤 메를(Macha Méril) – 영화음악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 영화 《쉘부르의 우산》이 떠올랐습니다.
페르 라셰즈에는 정말 많은 유명인들이 잠들어 있어서 하루 만에 다 돌아보는 건 거의 불가능하더라고요. 그래서 다음 방문 때 꼭 보고 싶은,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가 되는 인물들도 소개해 볼까 합니다.
- 짐 모리슨(Jim Morrison) – 전설적인 록 밴드 '더 도어스(The Doors)'의 리드 싱어.
-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 아일랜드 출신의 작가,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으로 유명하죠.
- 프레데릭 쇼팽(Frédéric Chopin) – 폴란드 출신 작곡가로, 그의 심장은 바르샤바에 있지만 몸은 이곳 파리에 묻혀 있습니다
- 에디트 피아프(Édith Piaf) – ‘장밋빛 인생(La Vie en Rose)’의 주인공. 프랑스의 영혼과 같은 존재이죠
- 마르셀 마르소(Marcel Marceau) – 세계적인 마임 아티스트. 무언의 예술로 전 세계에 감동을 준 인물입니다.
-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 – 초현실주의와 입체주의 시의 선구자이자, 피카소와도 교류가 있었던 시인입니다.
입장 정보 및 찾아가는 방법
- 주소: 16 Rue du Repos, 75020 Paris
- 입장료: 무료
- 운영 시간: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겨울철은 한시간 먼저 문을 닫음
- 지하철: Ligne 2 (Philippe Auguste), Ligne 3 (Gambetta 또는 Père-Lachaise)
Gambetta 역에서 들어가면 내리막길로 산책하며 내려오는 루트를 따라갈 수 있어서 좀 더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답니다.
페르 라셰즈 묘지에 묻히려면?
알아보니, 이 묘지에 묻히기 위해선 몇 가지 조건이 있어요. 파리에 거주하거나, 파리에서 사망한 사람이어야 하고, 일반적으로는 신청 후 시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묘지는 10년, 30년, 50년 또는 영구 안장 방식으로 분양되며, 만료 시 연장이 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묘소가 배정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관리비
묘지 위치나 크기, 계약 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연간 수십 유로에서 수백 유로 선까지 다양하다고 하네요. 프랑스 현지인의 경우 시청을 통해 안내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나만의 팁 💡
- 지도 꼭 챙기세요: 입구에서 인쇄된 지도 받거나 구글맵 검색 필수!
- 편한 신발: 울퉁불퉁한 자갈길이 많아서 운동화 추천!
- 조용히 둘러보기: 관광지이지만 기본적으로는 묘지라는 점, 예의는 지켜야겠죠.
마무리
이번 방문은 단순히 '유명인 묘지 구경'이 아니라, 삶과 죽음, 예술과 역사가 공존하는 곳에서 산책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나무와 새, 돌담,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오히려 살아 있는 우리가 많은 것을 되새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화려하게 살았던 사람들의 묘지 앞에서, 인생의 덧없음과 씁쓸함이 스며드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남는 건 결국 소박한 이름 하나와 누군가의 기억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프랑스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025년 세계 최고의 문화 도시, 파리가 뽑힌 이유는?" – TIME OUT 선정 (47) | 2025.05.21 |
|---|---|
| 🎭 2025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 완벽 가이드: 역사부터 예약 팁, 주변 관광 스팟, 한식당까지 총정리! (71) | 2025.05.14 |
| 🚨 2025 파리 여행 필수 가이드: 지하철 벌금 규정 완전 정복! 식물 반입부터 발 올리기까지, 예상치 못한 함정 피하는 법 (35) | 2025.05.08 |
| [파리 여행] 2025 몽마르트 완벽 가이드 – 한눈에 보는 명소, 맛집, 루트 (10) | 2025.05.03 |
| 🎾 [파리 여행 꿀팁] 롤랑가로스 테니스장, 올여름 일반인에게 무료 개방! 예약부터 즐길 거리까지 총정리 (7) | 2025.05.0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