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에(Perrier) 수질 스캔들: ‘천연’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진실

페리에
페리에

2025년 5월, 프랑스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충격을 안긴 뉴스가 공개되었습니다. 바로 세계적인 생수 브랜드 페리에(Perrier) 를 포함한 네슬레(Nestlé) 그룹 산하의 여러 브랜드들이 불법적인 수질 정화 장치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특히 "천연"이라는 이름으로 신뢰를 쌓아온 생수 브랜드가 실은 자연 상태가 아닌 필터링 처리된 물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단순한 규정 위반을 넘어 소비자 기만과 브랜드 신뢰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이 사건의 전말과 함께, 페리에라는 브랜드의 역사, 탄산수와 생수의 차이점, 그리고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차근차근 짚어보겠습니다.

 

📌 페리에 (Perrier), 세계적인 탄산수 브랜드

페리에는 프랑스 남부 베르제즈(Vergèze) 지역에서 나오는 천연 탄산수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로, 1863년부터 상업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초록색 병에 담긴 독특한 패키지와 강한 탄산감으로 유럽은 물론 120개국 이상에 수출되며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천연 탄산수"라는 수식어는 페리에 브랜드의 핵심 정체성입니다. 이는 일반 정수나 정제수가 아닌, 자연에서 나오는 그대로의 물이 탄산을 포함하고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천연성은 유럽과 프랑스 법상 엄격하게 규제되며, 외부 처리 없이 순수한 상태로 병입되어야만 ‘천연 미네랄 워터’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사건의 발단: 필타 사용, 그리고 은폐

프랑스 공영 방송국 Radio France와 일간지 Le Monde(르몽드) 가 2023년부터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 네슬레 워터스(Nestlé Waters) 페리에, 에빠르(Hépar), 꽁트렉스(Contrex), 비텔(Vittel) 등 여러 브랜드에서 불법적인 정화 시스템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시스템에는 0.2 마이크론짜리 미세 필터, 활성탄 필터, 자외선(UV) 소독 시스템 등이 포함되며, 이는 수질을 인위적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분류되어 유럽 규정에 위배됩니다. 천연 미네랄 워터는 "원천에서 그대로 마실 수 있는 물"이어야 하며, 이와 같은 처리 방식은 명백한 불법입니다.

 

네슬레는 이러한 장비들을 2021년까지 사용하고, 이후에도 정부로부터의 ‘특별 허가’를 받아 일부 장비 사용을 지속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는 당시 정부 내 일부 관계자들이 상황을 알고 있었음에도 묵인했다는 정황으로 연결되며, 정치권과 기업 간 유착 의혹으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네슬레가 소유한 대표 생수 브랜드들

  • Perrier (페리에) : 프랑스 남부 베르제즈(Vergèze)에서 나는 천연 탄산수로, 초록색 병이 상징적이며 세계 120개국 이상에 수출됨.
  • Vittel (비텔) : 프랑스 보주 지방에서 생산되는 생수로 유럽 내 인지도가 높음.
  • Contrex (콩트렉스) : 칼슘과 마그네슘 함량이 높은 미네랄 워터. 다이어트 물로 유명.
  • Hépar (에파르) : 장운동을 도와주는 효과가 있어, 변비 개선용 생수로 알려져 있음.
  • San Pellegrino (산 펠레그리노) : 이탈리아산 프리미엄 탄산수.
  • Acqua Panna (아쿠아 파나) : 이탈리아산 부드러운 천연수.
  • Nestlé Pure Life : 글로벌 저가 생수 브랜드로 전 세계 대형마트에서 쉽게 볼 수 있음.

이처럼 우리가 마시는 많은 생수 브랜드가 사실상 같은 대기업에 의해 생산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번 사태가 하나의 기업 시스템 전반의 문제일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더욱 큽니다.

 

📌 왜 필터가 필요했을까? 

문제는 바로 수원의 오염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네슬레의 주요 생산지인 베르제즈와 보주(Vosges)의 공장에서는 박테리아와 농약 성분이 반복적으로 검출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네슬레는 수질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비공식적으로 필터 시스템을 도입했고, 이는 "천연"이라는 라벨을 유지하기 위해 은밀히 진행됐습니다.

 

한편, 수십만 병의 물에서 비정상적인 박테리아 수치가 발견되었지만, 공장 내부에서 자체 폐기 처리되었고, 소비자 대상 리콜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 프랑스 당국의 대응

2025년 5월 7일, 프랑스 보주(Vosges)와 가르(Gard) 지역의 행정 관청(프리팽) 은 네슬레에 대해 두 달 내로 모든 비인가 정수 장비를 철거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만약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천연 미네랄 워터’라는 명칭 사용 금지 생산 중단도 고려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보건 당국은 페리에가 생산되는 베르제즈 공장의 수질 상태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으며, 8월 7일까지 ‘천연 생수’ 지위를 박탈할지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입니다.

 

📌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페리에, 비텔, 에빠르, 꽁트렉스 제품은 법적으로 판매 가능한 상태이며, 당국도 직접적인 건강 위험은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소비자들은 "천연"이라는 라벨을 믿고 고가의 생수를 구입해왔다는 점에서 기만당한 느낌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한 소비자는 “아이들 마실 물로 신중하게 골라왔는데, 믿었던 브랜드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니 실망이다” 라고 말했고, 다른 소비자는 “탄산수는 그냥 맛있는 물일 뿐, 천연이라는 이름으로 비싸게 팔아왔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합니다.이로 인해 일부 소비자들은 일반 정수기 물이나 스틸 워터(still water, 일반 무탄산수) 로 전환하거나, 수입 브랜드로 눈을 돌리는 추세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 탄산수 vs 무탄산수 (생수)

사건과 관련해 많은 소비자들이 생수의 종류에 대해 다시금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다음 두 가지가 있습니다:

 

1. Sparkling Water (탄산수)

  • 탄산이 자연적으로 혹은 인공적으로 포함된 물.
  • 페리에는 원래 천연 탄산수가 강점이었으나, 일부 브랜드는 인위적으로 탄산을 주입하기도 함.
  • 청량감이 강하고, 소화를 돕는다고 여겨짐.

 

2. Still Water (스틸 워터, 무탄산수)

  • 탄산이 없는 일반 생수.
  • 보통 미네랄 함량이나 수원지에 따라 맛이 달라지며, 국내에서는 에비앙, 삼다수 등이 여기에 해당.

 

✅ 차이점 요약

구분 탄산수 무탄산수
탄산 여부 O X
제조 방식 천연 or 인공 탄산 주입 원천 그대로
사용 목적 청량음료, 소화 보조 일상 음용, 요리 등
규제 ‘천연’ 명칭 시 엄격 비교적 규제가 덜함

 

📌 결론: ''천연''이라는 말,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이번 네슬레 사태는 단순한 식품 위생 문제를 넘어,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신뢰 문제를 부각시켰습니다. 특히 “천연”, “자연 그대로”, “미네랄 워터” 같은 마케팅 용어가 법적·과학적으로 얼마나 엄격하게 관리되어야 하는지를 다시 일깨워주는 사례입니다.

 

소비자로서 우리는 라벨만 보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공식 보고서나 규정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갖춰야 할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네슬레 사태는 어쩌면 “물조차도 그냥 마시면 안 되는” 현대 사회의 단면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