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사유 궁전까지 속인 희대의 사기극: 18세기 위조 의자 스캔들 전말

프랑스의 상징이자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베르사유 궁전이 18세기 왕실 가구 전문가, 최고 장인, 유명 골동품상들이 연루된 초대형 가구 위조 사건에 휘말려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들은 정교하게 위조된 가짜 의자들을 수백만 유로에 판매했으며, 심지어 베르사유 궁전마저 이를 진품으로 믿고 구매해 전시하기까지 했습니다.

베르사유 궁전 가구 위조 사건의 의자

 

사건 개요: 베르사유 궁전이 어떻게 속았나? 

2025년 3월 25일부터 프랑스 파리 근교 퐁투아즈 법원에서는 6명의 피고인이 연루된 가구 위조 사건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이들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18세기 고급 가구를 위조하여 베르사유 궁전과 부유한 수집가들에게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들이 위조한 가짜 의자는 다음과 같은 명품 가구로 둔갑했습니다.

  • 루이 15세의 마지막 애첩, 마담 뒤 바리의 응접실용 의자
  • 마리 앙투아네트가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진 '쁘띠 트리아농' 벨베데레 파빌리온 의자
  • 18세기 유명 가구 제작자 장 바티스트 세네(Jean-Baptiste Sené)의 고급 의자

이 위조 가구들은 전문가들도 진품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게 제작되어, 결국 베르사유 궁전마저 속아 넘어가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주범들: 예술 전문가와 목공 장인의 공모

이 사기극의 중심에는 프랑스 18세기 왕실 가구 전문가이자 저명한 예술사 학자인 빌 팔로(Bill Pallot)가 있었습니다. 그는 프랑스 가구 역사에 대한 세계적 권위자로, 그의 평가는 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졌습니다. 팔로는 유명 조각가 브루노 데누(Bruno Desnoues)와 손잡고 가짜 가구를 제작했으며, 이를 골동품상을 통해 고가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특히 브루노 데누는 파리의 목공 예술 중심지인 '포부르 생탕투안(Faubourg Saint-Antoine)'에서 활동하던 최고의 목공 장인이었습니다. 그는 '프랑스 최고 장인(Meilleur Ouvrier de France)' 칭호까지 받을 정도로 뛰어난 기술을 보유한 인물이었습니다. 이처럼 전문가들의 협업으로 탄생한 위조 가구는 전문가들조차 감쪽같이 속일 정도로 완벽했습니다.

 

사건 발각: 포르투갈인 부부의 수상한 재산

이 사건은 당초 다른 금융 범죄 수사 과정에서 우연히 드러났습니다. 프랑스 재무 감시 기관인 트락핀(TRACFIN)은 한 포르투갈 출신 부부의 비정상적으로 많은 재산을 포착했습니다. 공식적인 월수입이 2,500유로에 불과했던 이 부부는 실제로는 120만 유로(약 17억 원) 상당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조사 결과, 남편이 파리의 여러 골동품 갤러리에서 비공식적인 판매를 도우며 불법적으로 얻은 수익을 포르투갈로 송금하고 있었음이 밝혀졌습니다.

 

이 부부의 돈 흐름을 추적하던 중 브루노 데누와의 연결고리가 드러났고, 결국 대규모 위조 가구 사기극의 전모가 세상에 공개되었습니다.

 

재판과 반응: "나는 돈에는 관심이 없었다"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들은 각기 다른 입장을 보였습니다.

  • 빌 팔로는 위조에 직접 개입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행위가 예술적 도전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 브루노 데누는 자신의 작업이 단순한 장인 정신의 발휘였을 뿐, 돈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변명했습니다.
  • 포르투갈인 부부는 법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법정에서는 이들의 변명에 냉소적인 반응이 나왔습니다.

한편, 베르사유 궁전은 이미 가짜 가구를 수천만 원에 구입했으며, 총 피해 금액은 450만 유로(약 65억 원)에 달합니다. 프랑스 문화재청과 박물관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이 미술품 시장의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예술 시장에서의 교훈: 위조 가구의 위험

이번 사건은 예술 시장에서 '전문가 평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세계적인 전문가조차 속을 정도로 정교한 위조가 가능하다는 점은 미술품 및 골동품 시장의 감정 평가 시스템이 더욱 강화되어야 함을 시사합니다.

결국, 이번 사건은 단순한 범죄를 넘어 예술과 돈, 그리고 인간의 탐욕이 얽힌 복잡한 이야기로 남을 것입니다. 앞으로 프랑스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그리고 이러한 위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어떤 조치가 취해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